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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이 국가유공자일 수 있다는 사실, 당연한데 자주 잊게 됩니다

2025. 8. 5.
보훈지기 박선영
2분 읽기
여성이 국가유공자일 수 있다는 사실, 당연한데 자주 잊게 됩니다

최근에 봉사활동으로 묘비 정리를 다녀왔습니다.햇살은 따뜻하고, 바람에 여름 풀냄새가 실려오니 천천히 하나 하나 묘비를 닦고 있었는데요.문득, 제 발걸음을 멈추게 하는 문구가 보였습니다.

묘에 새겨진 문구 - ‘김미령 묘’

순간, 고개가 저절로 숙여졌습니다.

뭔가 마음이 뭉클하다고 해야 할까요. 손길이 잠깐 느려지더니,묘비를 더 조심해서 닦고 있더라고요.(그분의 이름이 적혀 있는 그 작은 돌 앞에서,제 마음도 잠깐 멈췄습니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그리 낯설지 않아야 하는데 낯설게 다가온 이유는,‘ 여성’ 국가유공자라는 사실 자체를 내가 얼마나 자주 잊고 있었나… 그런 생각이 들었거든요.

우리나라를 위해 헌신하셨던 분들 중당연히 여성도 계셨을 텐데,기억 속에선 왜 늘 '남성'만 각인되어 있었을까.

그 시대에는 '남녀평등'이라는 말조차 자리잡지 못했을 텐데,그분은 어떤 마음으로, 어떤 사명감으로그 선택을 하셨을까요?

‘여장부’라는 단어마저 그 시절엔 과분했을지도 모르지만,실제로 그분은 얼마나 단단한 분이셨을까요.그 얼굴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는데도,이상하게 그 앞에서 마음이 먹먹해졌습니다.

 

이미지

이름 앞에서, 다시 한 번 배우게 되는 것들

제가 하는 일이 ‘보훈상조’ 일을 하다 보니국가유공자의 장례를 진행하면서 다양한 유가족분들을 만나게 되는데요.그럴 때 종종 느끼는 건,가족들도 잘 몰랐던 유공 사실이 많다는 거예요.

애초에 장례 절차 자체가 낯설고유공자 혜택도 복잡한 것들이 많다 보니,

"아버지가 어떤 공적을 남기셨는지 저희도 잘 몰랐어요"라는 말씀을 하시는 분들도 계세요.

그래서인지 묘비를 닦는 이 시간은저한테는 일종의 ‘복습’ 같은 시간이기도 합니다.이름, 직책, 생몰연도…도저히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이름들.

특히 여성 유공자의 이름을 보면늘 잠깐 멈추게 돼요.

우리가 배웠던 역사에도 분명히 존재했지만,제대로 기억하지 못한 모습들.오랫동안 ‘일부의 헌신’만 그냥 ‘전체’였던 것처럼 여겨졌던 시간들.

 

'당연한 것'이 다시 당연해지기를 바랍니다.

국가유공자 분들을 모시며며 배운 게 있다면, 장례란 단순히 마지막 절차가 아니라그분의 삶을 마지막까지 깊이 비춰보는 시간이라는 거예요.

국가유공자 한 분 한 분의 삶과 결정은 마냥 평범하게 설명될 수 없는 무게가 있습니다.

그날, 여성 유공자 묘비 앞에서조금 더 오래 서 있었던 건그 순간만의 감정 때문만은 아니었습니다.

아직도 많은 '이름들'이제대로 조명되지 못한 채시간 속에 남겨져 있다는 걸 다시 한 번 상기하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언젠가 ‘여성 국가유공자’라는 말이특별하지도, 낯설지도 않은그런 시기가 오기를 바랍니다.

그때까지 제가 할 수 있는 작은 역할,꾸준히 이어나가겠습니다.

 

보훈지기 박선영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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