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1일 오전 11시11분 그 순간, 세계 곳곳에서 모인 UN참전용사 대표단과 가족들, 그리고 우리 장병들이 함께 묵념을 올렸습니다. 매년 이맘때면 사람들은 '빼빼로데이'가 먼저 떠오르지만, 저에겐 이 날이 UN참전용사 국제추모의 날로 먼저 떠오릅니다
추모행사에 참석했던 그날, 가장 먼저 시선을 끌었던 건 제복이었습니다. 헌화 꽃을 들고 조심스레 서 있던 군인의 단정한 자세, 제복 소매에 새겨진 호랑이 문양, 그리고 흐트러짐 없는 태도. 의전팀으로 일하다 보면 '주인공이 아닌 사람들'을 먼저 보게 됩니다.
의전은 겉모습보다 그 안에 담긴 마음이 더 중요하다는 걸 아는 저에게 그날의 현장은 조용하지만 강한 울림으로 남아있습니다. 지구 반대편에서 우리나라를 위해 싸운 사람들, 그분들을 위해 다시 모인 세계의 얼굴들. 그것이 바로 하나의 '예우'였습니다.
“우리를 위해 싸워준 분들이 있다는 걸 잊지 않으려 합니다”
UN참전용사 추모행사에 참석한 건 단지 행사 참석이 아닙니다. 저희가 하는 일, 즉 국가유공자의 마지막 길을 예우로 준비하는 일과 연결된 일이기도 합니다. 그분들이 없었다면, 저희가 지금 이 땅에서 일상을 살아가는 모습조차 달라졌을 테니까요.
행사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 국가보훈부 장관님과 함께 사진을 찍는 기회도 있었지만, 정작 마음에 남은 건 — 양귀비꽃을 가슴에 단 채 묵묵히 자리를 지키던 사람들 이었습니다.
양귀비꽃은 UN참전용사를 추모하는 상징입니다. 전세계에서 온 각국의 군인과 유족들이 그 양귀비꽃을 달고 행사장에 서 있는 모습은, 그 자체로 하나의 연대이자 감사의 표현이었습니다.
보훈상조도 그 감사의 자리에 있었습니다
보훈상조는 국가유공자의 장례를 준비하는 회사입니다. 하지만 그 역할은 장례식장 안에서만 머물지 않습니다. 기억이 이어지고, 예우가 실현되는 현장이라면 어디든 저희는 그곳에 있을겁니다
UN참전용사 추모행사에 참석한 것도 그분들이 지켜준 평화에 감사하고, 그 희생을 잊지 않기 위해서 입니다.
기억을 계속해서 되새기겠습니다
11월 11일 11시 11분. 그 시간의 의미를 기억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저희는 그 기억을 계속해서 되새기려 합니다. UN참전용사를 위한 묵념이 단지 1분의 침묵이 아니라, 다음 세대로 이어지는 감사의 자리가 되도록, 저희는 그 자리를 지키겠습니다.
그 마음 하나하나가 모여, 진짜 보훈이 만들어진다고 믿습니다.
보훈지기 박선영 드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