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사무실을 나서기 전, 커피를 한 모금 마시다 말고 일정표를 다시 확인했습니다. 오늘은 전략팀과 함께 장례 현장을 동행하는 날이었습니다. 기획이란 결국 ‘현장감’에서 출발한다는 생각 때문이었죠.
그동안 여러 회의를 통해 우리는 국가유공자의 장례 절차와 예우, 세부 운영 방향을 논의해왔습니다. 하지만 책상 앞에서 아무리 정교하게 계획을 세운다 해도, 그게 실제 유가족의 마음과 맞닿아 있는지는 전혀 다른 질문이거든요.
전략팀에 “이번엔 같이 보러 가요”라고 한 것도 그래서였습니다. 현장에서 느껴지는 공기, 상주분들이 눈빛으로 전하는 것들, 그리고 우리의 작은 디테일이 누군가에게 어떻게 전달되는지를 직접 체감해야 그다음 일도 수월하니까요.
현장은 역시 달랐습니다.
한참 의전을 진행하던 도중, 상주분이 제 손을 꼭 잡아주셨어요. “일반 상조랑은 정말 다르네요. 이렇게까지 잘 해주실 줄은 몰랐습니다.” 낯선 상황 속에서도 여러 번 “감사하다”는 말을 반복하셨습니다. 말의 온도에 진심이 묻어나는 걸 보며, 저희가 해온 방향이 틀리지 않았음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저와 같이 현장을 찾은 전략팀 직원도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주변을 유심히 살펴보고 있더군요. 회의실 안에선 미처 상상하기 어려운 풍경과 감정이 그곳엔 실시간으로 존재하고 있었으니까요.
저는 이런 순간이 되면 마음이 먼저 움직입니다.
계획보다 의무감보다 더 본질적인 무언가가 있습니다. ‘기억의 온도’라고 할까요?
국가유공자의 마지막 길은 누군가의 기억을 다시 되살리는 시간입니다. 그를 챙겨주는 마음, 그것을 지키려는 자세, 그 앞에선 우리 모두가 ‘누군가의 가족’이라는 감정을 공유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 감정이야말로, 결국 우리 조직이 유기적으로 움직이게 하는 동력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떤 사람은 장례를 물리적인 절차로 보기도 하지만, 우리는 그 안에 ‘사람’과 ‘기억’이 있다는 걸 압니다. 여러분 한 분 한 분의 마음에도 그 작은 온기를 오래 기억해 주셨으면 합니다.
오늘도 그 ‘기억의 온도’를 잊지 않겠습니다.
보훈지기 박선영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