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어느 시립묘지에서 열린 영결식에서였습니다. 행사 막바지에 한 상주 분이 제 쪽으로 조심스레 다가오시더니 말씀하셨어요.
“저기… 시중드는 도우미분들 복장이 참 단정하고 예쁘네요. 국가유공자 장례라 그런지 마음이 놓여요.”
그 한마디가 귓가에 오래 남았습니다.
사실 그 도우미복, 이번에 저희가 새로 만든 옷이었거든요.
시간으로 따지면 그리 오래 걸린 일도 아니고, 돈이나 인력 면에서도 무거운 프로젝트는 아니었지만— 묘하게도 그 작업을 마친 날, 우리 팀 모두에게는 꽤 뜻깊은 하루로 남았습니다.
새 옷을 만드는 일
올여름 들어 처음으로 한여름 땡볕이 느껴졌던 날이었어요. 유니폼 샘플을 받아들고 팀원들과 현장을 돌았습니다. 기존 도우미복은 색감이나 디자인이 현실적인 작업성 위주로 구성돼 있어서, 누가 봐도 ‘서비스 도우미’처럼 보였죠. 그런데 저희가 하는 일은 단순한 서비스가 아니라 국가유공자의 마지막을 예우하는 일인데... 거기엔 뭔가 좀 더 담겨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아예 태극기 문양을 상의 소매에 조화롭게 배치하고, 전체 복장 색감도 통일했어요. 장례지도사복, 입관복, 그리고 서빙 도우미복까지. 현장에서 함께 뛰는 분들이 각기 다른 역할이지만 ‘하나의 팀’이라는 걸 어르신들이나 유가족 분들도 직관적으로 느끼실 수 있게요.
“생각보다 이쁘네요?”
처음 입은 직원이 웃으며 그러더군요.
시선보다 마음의 헌사
직업 특성상, 장례식장에서 우리가 시선을 끌고 싶어 하는 경우는 없습니다. 도우미복의 색상이나 디자인도 최대한 조화롭고 절제된 분위기를 유지해야 해요. 그런데도 ‘보기에 정갈하다’, ‘왜인지 신뢰가 간다’ 같은 말을 들으면, 그건 옷 자체보다는 아마도 그 안에 담긴 ‘태도’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태극기 문양 하나를 넣는 결정도 사실은 몇 번의 논의 끝에 나왔습니다. 몇몇 분은 괜스레 눈에 띄면 어떡하냐, 혹 유가족이 불편해하진 않을까 조심스러워하셨고요. 하지만 막상 완성복을 착용하고 현장에 나가보니,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해당 장례가 국가유공자 장례라는 걸 금세 알아채셨고, ‘그렇게 드러내주어 더 감사하다’는 반응도 많았습니다.
그분이 아버지임을, 가족이 다시 느끼는 순간
복장을 새롭고 예쁘게 만드는 일이 겉보기에 그저 ‘단장’처럼 보일 수 있어도, 제게는 이 작업이 유난히 마음에 남는 이유가 있습니다. 장례는 평생을 두고 한번 치르는 일이라, 그 시간이 단 한 번의 ‘예우’가 되어야 하거든요.
그리고 대다수의 유가족은 장례식장에서 처음으로, 아버지나 할아버지가 ‘국가유공자’였다는 사실을 새롭게 체감합니다. 문서나 자격이 아니라, 공간 전체 분위기 혹은 관계하는 사람들의 태도에서요.
복 하나를 바꿨을 뿐인데, 모두가 조금 더 단정해졌고, 누구보다 조용히 헌신하셨던 그분들에게 마음으로 경례를 드리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앞으로도 그런 세심함을 놓치지 않겠습니다.
보훈지기 박선영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