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얼굴만 알고 지내던 동네 주민분께서 조심스레 말을 거셨습니다. 제가 국가유공자 전문장례 기업을 운영한다는 걸 들었다면서요. 아버지 장례를 타지역 상조회사를 통해 모셨는데, 혹시 제가 잠깐만 확인 좀 해줄 수 있겠냐고요. 얼핏 넘길 수도 있는 이야기였지만, "좀 이상하다" 싶었던 건, 마지막으로 들은 말 때문이었습니다.
"국가유공자인데… 화장비로 100만 원을 결제했다더라고요."
잠깐 말을 잇지 못했습니다.
국가유공자의 장례 절차를 많이 진행해본 분이라면 아시겠지만, 현재 보훈지청에 등록된 유공자는 전국 모든 공설 화장장에서 비용 없이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이는 법에 따른 지원사항으로, 지자체 간 차이가 있는 항목도 아니고, 별도 신청이 필요한 절차도 아닙니다. 그러나 당시 그분의 장례를 맡은 장례지도사는 해당 내용을 인지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결국 유가족이 스스로 비용을 부담하게 되었지요.
이야기를 들은 뒤 저는 바로 관할 화장장과 보훈지청에 확인 요청을 넣었습니다. 결제된 화장비 내역이 보훈 대상자 자격으로 환불 대상이 되는 상황이었기에, 조금 번거로운 행정 절차를 거쳐 결국 해당 비용은 유가족에게 전액 환불로 처리되었습니다.
큰 금액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문제의 본질은 금액이 아니라 ‘몰랐다는 것’에 있었습니다. 그때 제 지인의 한마디가 마음에 깊이 남습니다.
"그게 당연한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어요. 그냥 원래 그런 건 줄 알고…"
당연한 걸 당연하게 여길 수 없는 상황, 그리고 그것을 의심하지 못했다는 자책감. 우리는 장례라는 급박하고 정서적으로 취약한 상황 속에서 ‘정보의 격차’가 누군가에게 얼마나 큰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는지를 종종 봅니다. 그리고 매번, 느낍니다. 이 일은 정보의 일이기도 하고, 마음의 일이기도 하다는 걸요.
저희 보훈상조는 늘 같은 방식으로 일합니다. 기록을 다시 확인하고, 예우를 기준 삼고, 무엇이든 유가족 대신 묻고, 따져봅니다. 그래서 가끔은 "너무 꼼꼼한 거 아니냐"는 말도 듣고요. 하지만 이번 일처럼, ‘그게 기본 아닌가요?’라는 질문을 다시 묻게 되는 순간엔, 저희가 지키고 싶은 기본이 무엇인지 다시 한번 자리를 잡게 됩니다.
어쩌면 그 장례지도사에게는 그 날의 100만원이 ‘당연한 금액’이었겠지요. 그런데 저에게는 그 100만원을 돌려드릴 수 있었다는 사실이, 아직 제가 이 일을 계속해야 하는 이유처럼 느껴졌습니다.
박선영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