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자리에 가만히 앉아만 있어도 등에 땀이 고입니다. 사무실에 살짝 바람이 들어오는 창가 자리인데도, 전화 통화를 길게 하다 보면 손바닥까지 땀이 차더라구요. 더운 건 어쩔 수 없다며 창문을 살짝 열고 고개를 한 번 젖히는 그 순간, 문득 현장에 나가 계신 분들이 떠올랐습니다.
저희 장례지도사님들 이야기입니다. 하관 절차를 맡다 보면 꼭 야외 묘역으로 이동해야 하거든요. 그 자리가 어디든, 누가 보든 보지 않든 늘 깔끔한 제복을 갖춰 입고 예를 다하는 게 그분들의 기본입니다.
어느 날, 상담 후에 마중을 나가려다 묘역 옆에서 우연히 이런 말을 들었습니다. “이 더위에, 제복 입고 움직이시기 힘드시겠어요…” 아마 어떤 상주님이셨던 것 같아요. 지도사님은 잠시 미소만 짓고, 가볍게 “그래도 해야죠” 라고만 하셨습니다. 그 말이 오래 기억에 남습니다.
물론, 더워도 일은 해야 합니다. 하지만 그 일 자체가 꽤나 ‘차려입고 감당하는’ 일인지라, 때로는 안타깝기도 합니다. 특히 국가유공자 장례는 한 분 한 분의 마지막 길을 예우로 모시는 일이어서, 저희도 내복처럼 입는 반팔 셔츠 하나까지도 섣불리 바꿀 수 없는 측면이 있거든요.
그런데 이번에는 다소 특별한 순간이 있었습니다. 더운 날씨에 하관을 마친 후, 상주님 중 한 분이 참 솔직한 말씀을 건네시더군요. “나도 이 셔츠가 땀에 다 젖었는데… 여름엔 반팔셔츠 허용해드리면 안 되나요?” 고생하신다는 말보다 그 상황을 ‘같이 느끼고 있다’는 표현 같아서 더 고맙고, 묘하게 울컥했습니다. 지도사님도 그 말씀이 힘이 되었던 것 같아요.
예우라는 것은 때로, 이런 데서 시작되는구나 싶었습니다. 상장 하나, 헌화 하나도 물론 중요하지만, 저희가 하는 일의 ‘무게’를 알아주는 그 한마디가 오히려 지치지 않게 해주잖아요. 땀이 줄줄 흐르는 날 흰 셔츠가 등에 붙어도 묵묵히 마지막 절차를 맡아주시는 분들. 그분들이 믿음직하다고 느끼는 건 단지 복장이 단정해서가 아니라, 그 마음이 단단하기 때문입니다.
저희는 이름 그대로 ‘보훈’을 중심에 두고 있습니다. 보이는 예식보다 보이지 않는 마음을 더 지키고 싶은 ‘보훈지기’, 그게 우리가 이 일을 지속할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여름이 깊어질수록 현장의 땀도 깊어지겠지요. 하지만 그 안에서도 누군가의 주름깊은 예우를 지켜내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기억해주시길 바랍니다.
보훈지기 박선영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