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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몰군경유족회 추모제, 말없이 맡겨주신 마음에 정성으로 답했습니다

2025. 9. 23.
보훈지기 박선영
2분 읽기
전몰군경유족회 추모제, 말없이 맡겨주신 마음에 정성으로 답했습니다

지난 주말, 날씨가 조금 쌀쌀해지기 시작한 토요일 아침이었습니다. 새벽부터 분주하게 움직이는 손길들이 있었습니다. 밤과 대추를 하나하나 골라내어 결을 맞추고, 정성을 담아 고임을 준비하는 일이었습니다. 손이 많이 가는 일이라는 걸 알면서도, 이번엔 특히 더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지난 행사에 모형을 올려 너무 맘이 안 좋았어요…”

이번에는 꼭 제대로 하고 싶다고, 정성껏 고임을 준비해달라는 요청을 받았을 때 이미 마음은 움직여 있었습니다. 밤고임과 대추고임은 다른 제수품과 달리 돈으로 해결되지 않는 품목입니다. 하나하나 손으로 다듬고 붙여야 하기에 정말 많은 시간이 들어갑니다. 그래서일까요, 이번엔 온 가족이 총출동해 밤을 새워 준비하셨다는 말씀에 저희도 더 무거운 책임감을 가졌습니다.

 

“그냥 가만있어… 알아서 해주셔”

경남지부 전몰군경유족회에서 진행된 이번 추모제는, 위령제를 처음 주관하신 분들 입장에선 긴장되는 자리였을 겁니다. 하지만 조심스레 훈수를 두시려던 어르신을 멈추게 하며 “그냥 아무 말 안 하고 있으면 알아서 해주셔”라고 웃으며 말씀해주신 그 신뢰에, 저희는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위령제는 단순한 의례가 아닙니다. 유족 한 분 한 분의 마음이 모여 만들어지는 자리입니다. 지방마다, 집안마다 풍습이 다르기 때문에 정해진 틀만으로는 부족합니다. 그래서 저희는 늘 한 발 물러서서, 유족분들의 말씀을 기다립니다. 그리고 그 말 없는 기다림 속에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을 조심스럽게 찾아갑니다.

 

보훈상조의 역할은, '정성'을 대신하는 것이 아닙니다

국가유공자 유족분들의 행사를 준비하다 보면, 어느 순간부터 ‘예산’이나 ‘형식’보다 ‘마음’이 훨씬 중요하다는 걸 깨닫게 됩니다. 특히 전몰군경유족회와 같은 단체의 추모제는 그 상징성과 감정의 깊이가 다릅니다. 저희는 그 마음을 최대한 해치지 않도록, 구성 하나하나에 신중을 기합니다.

고임상 하나도 허투루 만들 수 없습니다. 이번처럼 고임 자체에 의미가 있는 자리에서는, 손이 많이 가더라도 제대로 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모두가 말없이 바쁘게 움직였고, 결국 행사장에서는 “이번엔 정말 잘 됐다”는 말씀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추모는 '형식'이 아닌 '기억'

국가를 위해 목숨을 바친 분들의 이름은 시간이 지나도 잊혀지지 않아야 합니다. 추모제는 그분들을 기억하는 가장 직접적인 방식이고, 남은 가족과 후세들이 그 뜻을 잇는 자리입니다. 저희는 그 소중한 장면을 준비하는 사람으로서, 그 무게를 늘 마음에 담고 있습니다.

보훈상조는 단순히 의전을 수행하는 회사가 아닙니다. 유족분들이 그날만큼은 마음 편히 고인을 떠올릴 수 있도록, 뒤에서 조용히 돕는 사람들입니다. 이번 전몰군경유족회 경남지부 추모제처럼, 묵묵히 믿고 맡겨주신다면 저희는 늘 그 기대에 정성으로 답하겠습니다.

 

앞으로도 국가유공자와 유족분들을 위한 자리를, 조용히 그리고 정성스럽게 준비하겠습니다.

 

보훈상조 대표 박선영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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