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날씨가 조금 쌀쌀해지기 시작한 토요일 아침이었습니다. 새벽부터 분주하게 움직이는 손길들이 있었습니다. 밤과 대추를 하나하나 골라내어 결을 맞추고, 정성을 담아 고임을 준비하는 일이었습니다. 손이 많이 가는 일이라는 걸 알면서도, 이번엔 특히 더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지난 행사에 모형을 올려 너무 맘이 안 좋았어요…”
이번에는 꼭 제대로 하고 싶다고, 정성껏 고임을 준비해달라는 요청을 받았을 때 이미 마음은 움직여 있었습니다. 밤고임과 대추고임은 다른 제수품과 달리 돈으로 해결되지 않는 품목입니다. 하나하나 손으로 다듬고 붙여야 하기에 정말 많은 시간이 들어갑니다. 그래서일까요, 이번엔 온 가족이 총출동해 밤을 새워 준비하셨다는 말씀에 저희도 더 무거운 책임감을 가졌습니다.
“그냥 가만있어… 알아서 해주셔”
경남지부 전몰군경유족회에서 진행된 이번 추모제는, 위령제를 처음 주관하신 분들 입장에선 긴장되는 자리였을 겁니다. 하지만 조심스레 훈수를 두시려던 어르신을 멈추게 하며 “그냥 아무 말 안 하고 있으면 알아서 해주셔”라고 웃으며 말씀해주신 그 신뢰에, 저희는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위령제는 단순한 의례가 아닙니다. 유족 한 분 한 분의 마음이 모여 만들어지는 자리입니다. 지방마다, 집안마다 풍습이 다르기 때문에 정해진 틀만으로는 부족합니다. 그래서 저희는 늘 한 발 물러서서, 유족분들의 말씀을 기다립니다. 그리고 그 말 없는 기다림 속에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을 조심스럽게 찾아갑니다.
보훈상조의 역할은, '정성'을 대신하는 것이 아닙니다
국가유공자 유족분들의 행사를 준비하다 보면, 어느 순간부터 ‘예산’이나 ‘형식’보다 ‘마음’이 훨씬 중요하다는 걸 깨닫게 됩니다. 특히 전몰군경유족회와 같은 단체의 추모제는 그 상징성과 감정의 깊이가 다릅니다. 저희는 그 마음을 최대한 해치지 않도록, 구성 하나하나에 신중을 기합니다.
고임상 하나도 허투루 만들 수 없습니다. 이번처럼 고임 자체에 의미가 있는 자리에서는, 손이 많이 가더라도 제대로 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모두가 말없이 바쁘게 움직였고, 결국 행사장에서는 “이번엔 정말 잘 됐다”는 말씀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추모는 '형식'이 아닌 '기억'
국가를 위해 목숨을 바친 분들의 이름은 시간이 지나도 잊혀지지 않아야 합니다. 추모제는 그분들을 기억하는 가장 직접적인 방식이고, 남은 가족과 후세들이 그 뜻을 잇는 자리입니다. 저희는 그 소중한 장면을 준비하는 사람으로서, 그 무게를 늘 마음에 담고 있습니다.
보훈상조는 단순히 의전을 수행하는 회사가 아닙니다. 유족분들이 그날만큼은 마음 편히 고인을 떠올릴 수 있도록, 뒤에서 조용히 돕는 사람들입니다. 이번 전몰군경유족회 경남지부 추모제처럼, 묵묵히 믿고 맡겨주신다면 저희는 늘 그 기대에 정성으로 답하겠습니다.
앞으로도 국가유공자와 유족분들을 위한 자리를, 조용히 그리고 정성스럽게 준비하겠습니다.
보훈상조 대표 박선영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