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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장례사진, 장례 중에 촬영해도 될까요?

2025. 9. 12.
보훈지기 박선영
3분 읽기
가족장례사진, 장례 중에 촬영해도 될까요?

“사진이라도 남겼으면 좋았을 텐데요…”

며칠 전, 3일장을 마친 한 유족 분이  말씀하셨습니다. “이번에도 가족사진을 못 찍었네요. 다음엔 꼭 찍어야지 했는데, 또 못했어요.” 그 말이 묘하게 마음에 남았습니다.요즘 가족사진은 왜 이렇게 드문가 싶어집니다. 특히, 부모님이 연로하신 경우엔 더 그렇습니다. 한 자리에 모이는 것도, 웃으며 사진 한 장 찍는 것도 쉽지 않죠.

장례를 진행하면서도, ‘지금은 사진 찍을 분위기가 아니다’는 생각이 강하다 보니, 정작 가족 간의 마지막 기록은 남기지 못한 채 시간이 흘러버리는 경우가 많습니다.돌아가신 부모님과 찍은 마지막 가족사진이 ‘빈소에서 함께 찍은 한 컷’인 경우도 많습니다. 그런데 그 마지막 사진이, 시간이 지난 후에는 의외로 큰 위로가 되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장례 중에 셀카봉을 들 수도 없고, 사진 작가를 부르자니 부담스럽고요. 그래서 저희는 조용히, 하지만 정중하게 사진을 남겨드립니다. 바로 가족장례사진입니다. 빈소나 영결식장 한쪽에서, 자연스럽게 서 계신 유족분들의 모습을 슬쩍 담아두는 방식입니다. 모두의 동의를 구한 뒤에, 조심스럽게 촬영합니다. 누군가에겐 그게, 가족이 함께한 마지막 사진이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사진은 편집해주세요… 유족 얼굴이니까요”

이번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장례 중 촬영한 사진을 유족분께 전달드릴 때, 꼭 이런 말씀을 하십니다. “사진은 좀 편집해주세요. 유족 얼굴이니까요.” 그 마음을 너무도 잘 압니다. 울다 웃다, 지친 얼굴로 찍힌 사진을 그대로 남기기가 부담스러우신 거죠. 그래서 저희는 모든 가족장례사진을 보정과 편집을 거쳐 전달드리고 있습니다. 눈물 자국은 살짝 지우고, 얼굴의 색감은 따뜻하게 다듬고, 배경도 정리합니다. 단순히 예쁘게 보이기 위해서가 아니라, 기억을 더 오래 간직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입니다.

당장은 고단한 얼굴일지 몰라도, 시간이 지나면 그 사진 속 마음이 더 크게 남습니다. “그땐 힘들었지만, 그래도 우리 함께 있었지”라는 감정이요.

‘3일장의 노곤함’보다 ‘가족의 단단함’을 남기고 싶습니다

장례는 누구에게나 낯설고 고된 시간입니다. 그런데도, 그 속에서 드러나는 가족의 단단함은 오히려 평소보다 더 진하게 느껴집니다. 서로를 챙기는 손길, 말없이 어깨를 토닥이는 눈빛, 조문객에게 인사하며 끝내 울음을 삼키는 모습들. 그 모든 장면이 하나의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그 이야기를, 사진 한 장으로라도 남기고 싶습니다.

가끔은 유족분들께서 “사진을 찍은 줄도 몰랐어요”라고 하시기도 합니다. 저희는 일부러 눈에 띄지 않게 촬영합니다. 부담 없이, 자연스럽게. 그리고 원하시는 경우에만 전달드립니다. 선택은 전적으로 가족의 몫입니다. 하지만 그 사진을 받아보신 분들의 반응은 거의 비슷합니다. “생각보다 마음이 따뜻해지네요.”

잊지 않기 위한 기록, 남겨드립니다

사진은 결국, 기억의 도구입니다. 특히 장례에서는 ‘기억하고 싶지 않은 순간’이 아니라, ‘잊고 싶지 않은 사람’이 중심이 됩니다. 그래서 저희는 사진을 남길 때도, 그 마음을 잊지 않습니다. 누군가의 부모님이셨고, 자식으로서 감사했던 그 마음이 전해지기를 바라며 한 컷 한 컷을 눌러 담습니다.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나니, 사진이 더 귀해지더라고요.”
“손주들까지 다 같이 모인 건 이번이 처음이었네요.”
“이 사진은 평생 간직할게요.”

그런 말들을 들을 때마다, 저희는 다시 다짐합니다. 예우는 꼭 복잡한 절차나 거창한 의전에서만 시작되는 게 아니고  마음을 담은 기록 하나, 그거면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 함께 읽어보시면 좋은 글

  • 국가유공자 장례 현장을 직접 보는 이유 – 예우가 전달되는 순간을 담았습니다.
  • 태극기 문양 하나에 담긴 예우의 의미 – 웃옷 하나에도 마음이 담겨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 전몰군경미망인회, 그분들이 지켜온 세월 – 가족의 시간이 얼마나 단단한 기둥이 되는지를 배웠습니다.
  • 국가유공자 장례 화장비 왜 청구받나요? – 기록 이전에, 권리를 먼저 챙겨야 하는 이유입니다.

보훈지기 박선영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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