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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군의 날, 음악회에서 다시 느낀 제복의 의미

2025. 10. 2.
보훈지기 박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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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군의 날, 음악회에서 다시 느낀 제복의 의미

10월 1일 저녁, 국군의 날 기념음악회에 다녀왔습니다. 오랜만에 문화행사에 참여한다는 설렘도 있었지만, 막상 도착하니 마음이 묘하게 가라앉더군요. 무대 위로 연주가 울려 퍼질 때, 그 소리보다 더 크게 다가온 건 관객석에 앉아 계시던 제복 입은 분들의 표정이었습니다.

군인, 소방관, 경찰. 각기 다른 제복을 입었지만, 그 얼굴엔 비슷한 결이 있었습니다. 어쩌면 늘 긴장을 놓을 수 없는 직업군이라 그런 걸까요. 무거운 책임이 어깨에 얹힌 사람들. 그분들이 잠시 음악에 기대어 고개를 끄덕일 때, 문득 ‘이 시간도 결국 누군가가 지켜주고 있어서 가능한 거구나’ 싶었습니다.

음악회가 끝나고 나오는 길, 입구에서 다시 마주친 한 군인의 뒷모습이 오래 남았습니다. 제복의 깃은 단정했고, 구두는 닳아 있었습니다. 그 모습 하나가, 말보다 더 많은 걸 전해주더군요.

 

제복의 무게

국가유공자 장례를 맡을 때도 제복은 늘 중심에 있습니다. 장례지도사의 복장, 도우미의 유니폼, 그리고 고인께 드리는 마지막 예우로서의 태극기 헌정까지. 겉으로 보이기 위한 것이 아니라, ‘누군가를 위한 책임’을 상징하는 옷이기 때문입니다.

지난번 한 장례에서, 상주분이 조용히 말씀하셨습니다. “아버지가 군인이셨다는 게, 오늘 이렇게 실감 납니다.” 생전에 유공자라는 걸 자꾸 잊게 되었는데, 장례식장에서 입은 제복과 흐트러짐 없는 절차를 보며 마음이 울컥하셨다고요.

그 말씀을 듣고 나서, 저희가 준비하는 모든 과정이 다시 무겁게 다가왔습니다. 제복이란 단지 직업의 상징이 아니라, 그 사람의 삶을 기억하게 해주는 ‘형태’라는 걸요.

 

예우는 결국, 기억을 남기는 방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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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군의 날 음악회에서 받은 여운은, 장례 현장에서 우리가 마주하는 감정과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누군가의 삶을 존중하는 일, 그분이 걸어온 길을 잊지 않도록 돕는 일. 그게 바로 예우라고 생각합니다.

짧은 공연이었지만, 제게는 다시 마음을 다잡는 시간이었습니다. 장례식장에서 입는 유니폼 하나, 의전 절차 하나도 결국은 ‘그분이 어떤 사람이었는지를 기억하게 만드는 장치’라는 걸요.

앞으로도 음악회에서 느꼈던 그 마음처럼, 한 분 한 분의 마지막 길에 더 정직하게, 더 조심스럽게 다가가겠습니다.

 

📎 국군의 날 기념음악회 영상 보러가기

 

📎 함께 읽어보시면 좋은 글

  • 국가유공자 장례 현장을 직접 보는 이유 – 예우의 시작은 현장에서부터입니다.
  • 태극기 문양 하나에 담긴 예우의 의미 – 제복과 깃발에 담긴 마음을 다룹니다.
  • 국가유공자 장례 화장비 왜 청구받나요? – 알면 지킬 수 있는 권리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보훈상조 대표 박선영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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