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훈지기 박선영보훈지기 박선영
블로그회사소개

2025 보훈지기 박선영 All rights reserved.

6.25 전사자 유해 영결식 참관에서 느낀 군인의 품격과 존경심

2025. 10. 14.
보훈지기 박선영
3분 읽기
6.25 전사자 유해 영결식 참관에서 느낀 군인의 품격과 존경심

10월의 어느 날, 아침 공기가 유독 단단하게 느껴졌습니다. 행사가 열리는 장소로 향하는 차 안, 창밖으로 스치는 가을 햇살이 따뜻했지만, 마음 어딘가는 묵직한 긴장이 감돌았습니다. 이날은 6.25 전사자 발굴유해 영결식이 열리는 날이었습니다. 이름 없이 흙 속에 잠들어 있던 한 분의 유해가, 마침내 ‘존재’로서 돌아오는 순간이었습니다.

 

단지 제물 준비를 하러 간 자리가 아니었습니다

현장엔 이미 군악대의 조율된 발걸음과 장병들의 단정한 제복이 긴장감 속의 질서를 만들어내고 있었습니다.

식이 시작되자, 묵념과 함께 정적이 흘렀고, 유해함이 천천히 단상으로 옮겨졌습니다. 그 순간, 참관인 모두가 무언의 경례를 올리듯 고개를 숙였습니다. 저는 그 장면을 보며 마음속으로 되뇌었습니다. “이건 단지 한 사람의 장례가 아니라, 국가가 그사람의 생애를 기억하는 방식이구나.”

 

군의 위상을 마음으로 체감한 순간

사실 행사에 참여하기 전까지만 해도, 저희 보훈상조의 역할은 단지 ‘의전 지원’으로만 생각했던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날은 달랐습니다. 제복을 입은 군인들의 움직임, 마지막 경례를 드리는 장병의 눈빛, 그리고 유해 앞에서 흐트러짐 없이 서 있던 지휘관의 자세는 단순한 절차가 아닌 ‘존경’ 그 자체였습니다.

군의 위상은 단지 무기나 계급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잊힌 이름 하나에도 끝까지 책임을 다하려는 그 자세, 그리고 그분을 ‘전사자’가 아닌 ‘우리의 동료’로 대하는 마음가짐에서 비롯된 것이었습니다.

91e5cc98-95c3-47ec-9215-1c79bf0278ea.jpeg

예우는 ‘기억하는 사람들’이 만드는 것입니다

더이상 한 장의 전사통지서에 적힌 이름이 아닌 ,  누군가의 이름으로 다시 돌아왔습니다. 유해 수습부터 DNA 감식, 그리고 영결식까지 이어지는 과정은 단지 행정이 아니라, 국가가 책임지는 ‘기억의 복원’이었습니다. 저희는 그 기억의 끝자락에, 제물을 올리는 손길로 함께했습니다.

지난번 전몰군경미망인회 추모제에서도 유사한 마음을 느꼈습니다. “누가 우리를 잊지 않고 찾아줘서 고맙다”는 말씀은, 결국 기억이야말로 최고의 예우라는 걸 다시금 알려주었습니다. 이번 영결식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비록 유해는 작고 조용했지만, 그분의 이름을 부르는 순간, 우리는 한 생애를 다시 꺼내어 보았습니다.

92bd9c9d-a245-4b57-894f-50abab621acc.jpeg

보훈상조는 그 ‘기억의 순간’을 함께합니다

저희가 하는 일은 단지 장례를 준비하는 것이 아닙니다. 잊혀진 이름을 다시 부르고, 한 분 한 분의 마지막에 ‘존중’을 더하는 일입니다. 6.25 전사자 유해 영결식에 참관하면서, 저희가 왜 이 일을 하고 있는지를 다시 확인했습니다. 단 한 번의 장례라도, 그 안에 담긴 마음은 결코 가볍지 않다는 걸요.

앞으로도 저희는 이름 없는 전사자, 기억 속에 남겨진 유족, 그리고 그분들을 위한 마지막 의식을 조용히, 그러나 정성스럽게 준비하겠습니다. 이번 영결식처럼, 예우가 ‘형식’이 아니라 ‘존경의 마음’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말입니다. 

 

보훈상조 보훈지기 박선영 드림

 

📎 함께 읽어보시면 좋은 글

  • 전몰군경미망인회, 그분들이 지켜온 세월 – 잊히지 않게, 사람을 기억하는 일.
  • 국가유공자 장례 현장을 직접 보는 이유 – 현장에서의 예우가 왜 중요한지 느낄 수 있습니다.
  • 태극기 문양 하나에 담긴 예우의 의미 – 제복과 깃발에 담긴 마음을 다룹니다.
  • 국가유공자 장례 화장비 왜 청구받나요? – 알면 지킬 수 있는 권리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 여성이 국가유공자일 수 있다는 사실, 당연한데 자주 잊게 됩니다 – 이름 앞에서 다시 배우는 존경.

블로그

다른 글

추석 한가위, 둥근 달처럼 가득 찬 마음으로 인사드립니다 🌕
2025년 10월 5일

추석 한가위, 둥근 달처럼 가득 찬 마음으로 인사드립니다 🌕

국군의 날, 음악회에서 다시 느낀 제복의 의미
2025년 10월 2일

국군의 날, 음악회에서 다시 느낀 제복의 의미

전몰군경유족회 추모제, 말없이 맡겨주신 마음에 정성으로 답했습니다
2025년 9월 23일

전몰군경유족회 추모제, 말없이 맡겨주신 마음에 정성으로 답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