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훈지기 박선영보훈지기 박선영
블로그회사소개

2025 보훈지기 박선영 All rights reserved.

국가유공자인데 왜 국립묘지에 안 모셨을까? 장례 끝나고 후회하지 않으려면

2025. 8. 28.
보훈지기 박선영
4분 읽기
국가유공자인데 왜 국립묘지에 안 모셨을까? 장례 끝나고 후회하지 않으려면

며칠 전, 동네 지인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깜짝 놀랐습니다.

“삼촌이 국가유공자셨는데, 장례는 그냥 근처 납골당에 모셨어요.”

“국립묘지 안장 신청을 안 하셨어요???”

“…그런 게 가능한 줄 몰랐어요.” 

순간, 말문이 막혔습니다. 국가유공자 장례를 수없이 진행해온 입장에서는 너무 ‘당연한’ 이야기였기에 더욱 그랬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아직도 많은 분들이 모르고 계시고, 그래서 장례가 끝난 뒤에야 안타깝게 후회하시는 경우가 있습니다.

 

국립묘지 안장, 누구든 신청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국립묘지는 국가유공자, 보훈 대상자 등을 예우하는 묘역입니다. 하지만 모든 분이 자동으로 안장되는 것은 아니고, 유족이 직접 신청하고, 관련 서류를 준비해야 하며, 승인 절차를 거쳐야 합니다.

문제는 바로 여기서 발생합니다. 갑작스러운 장례 상황 속에서 이런 절차를 몰랐거나, 준비할 여유가 없었던 경우엔 결국 ‘사설 납골당’이나 ‘가족묘역’으로 모시게 됩니다. 그리고 장례가 끝나고 나서야 “국립묘지에 모실 수 있었는데…” 하는 후회를 하시죠.

실제로 최근 상담을 주셨던 한 유족 분도, 장례가 끝난 후에야 저희에게 연락을 주셨습니다. “아버지가 국가유공자셨는데, 그냥 근처 납골당에 모셨다. 뒤늦게 알았는데 국립묘지 신청이 가능했더라. 지금이라도 옮길 수 있을까요?”

가능은 합니다. 하지만 그 과정은 더 복잡하고, 유족의 정서적 부담도 커집니다. 그래서 장례 전, 특히 사망진단서를 받은 직후에 보훈 관련 상담을 꼭 받아보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설마 몰라서 안 했겠어?” 그런데 정말 모르십니다

이 일을 하면서 가장 자주 듣는 말 중 하나가 있습니다.

“국가유공자였어도 국립묘지 안장 조건은 잘 몰랐어요.”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국가유공자’라는 사실은 알고 계시지만, 구체적인 장례 지원이나 안장 조건, 신청 방법은 잘 모르십니다. 특히 어르신 본인이 유공자셨던 경우, 가족에게 관련 정보를 제대로 전달하지 않으신 경우도 많고요.

과거에는 보훈지청에서 전화를 드리는 경우도 있었지만, 지금은 대부분 유족이 먼저 연락하지 않으면 안내가 어렵습니다. 정보 격차가 그대로 ‘예우의 격차’로 이어지는 현실입니다.

 

조금만 일찍 알았더라면…

며칠 전엔 한 상가에서 이런 연락이 왔습니다. “장례는 다 끝났는데, 혹시 국립묘지 안장은 나중에라도 할 수 있나요?”

이미 납골당에 모신 상황이라면, 개장허가와 유해 이장 절차를 진행해야 합니다. 행정적으로 복잡해지고, 비용도 더 들게 됩니다. 유족 입장에서는 두 번 장례를 치르는 셈이죠.

그분의 목소리에는 아쉬움이 그대로 묻어나 있었습니다. “장례 전에 누가 한마디만 해줬으면 좋았을 텐데요. 너무 급하게 진행하느라 생각도 못 했어요.”

그 말을 듣고 한동안 마음이 무겁더군요. 저희처럼 이 일을 오래 해온 사람이 주변에 있었다면, 장례 전 단 한 마디라도 “국립묘지 신청은 고려해보셨나요?”라고 물었더라면 결과는 달랐을 수도 있었을 텐데요.

 

정보 한 줄이 누군가에겐 ‘예우’입니다

예우는 거창한 것이 아닙니다. 꼭 묘비에 새겨지는 문구나, 장례식장의 의전만을 말하는 게 아닙니다. 가족이 몰랐던 권리를 대신 챙겨주는 일, 이름 앞에 놓인 자격을 끝까지 지켜드리는 일—그게 보훈이고, 예우입니다.

장례는 단 한 번입니다. 그 시간이 지나고 나서는 어떤 것도 돌이키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늘 ‘장례 전 상담’의 중요성을 강조드립니다. 특히 국가유공자 장례는 사소한 정보 하나가 예우의 수준을 완전히 바꿔놓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무엇을 준비해야 하나요?

국립묘지 안장을 원하신다면, 아래 사항을 미리 확인해두시는 것이 좋습니다.

  • 고인이 국가유공자 등록이 되어 있는지
  • 사망진단서 및 제적등본 등 기본 서류 준비
  • 가족관계증명서, 유족 동의 여부
  • 국립묘지 안장 대상 여부 확인 (사망 원인, 연령 등)

이런 절차는 복잡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전문 행정사의 도움을 받으면 유족이 직접 뛰지 않아도 됩니다. 실제로 보훈지청이나 해당 기관과의 연결, 서류 작성, 일정 조율 등을 저희가 대행해드리는 경우도 많습니다.

 

예우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입니다

그분이 어떤 삶을 사셨는지, 어떤 공을 세우셨는지—그걸 아는 사람이라면 마지막 길을 대충 넘길 수 없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늘 같은 마음으로 묻습니다.

“그분은 국립묘지에 모실 수 있는 분인가요?”

지금 이 글을 읽는 분들 중에도 혹시 ‘국가유공자였지만 그냥 납골당에 모셨다’는 경우가 있으시다면, 지금이라도 한 번 문의해 주세요. 이미 장례가 끝났더라도, 가능한 절차가 있는지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그리고 아직 장례를 준비 중이시라면, 꼭 먼저 확인해 주세요. 국립묘지 안장은 권리입니다. 그리고 그 권리를, 기회가 있을 때 챙겨드리는 게 저희의 역할이라 믿습니다.

 

보훈지기 박선영 드림

 


📎 함께 읽어보시면 좋은 글

  • 국가유공자 장례 현장을 직접 보는 이유 - 현장에서의 예우가 왜 중요한지 느낄 수 있습니다.
  • 태극기 문양 하나에 담긴 예우의 의미 - 예우는 디테일에서 시작됩니다.
  • 국가유공자 장례 화장비 왜 청구받나요? - 모르면 손해보는 정보, 꼭 확인하세요.
  • 여성이 국가유공자일 수 있다는 사실, 당연한데 자주 잊게 됩니다 - 묘비 앞에서 다시 배우는 존경의 마음.
  • 전몰군경미망인회, 그분들이 지켜온 세월을 마주하는 시간 - 잊히지 않게, 사람을 기억하는 일.

블로그

다른 글

전몰군경유족회 추모제, 말없이 맡겨주신 마음에 정성으로 답했습니다
2025년 9월 23일

전몰군경유족회 추모제, 말없이 맡겨주신 마음에 정성으로 답했습니다

6.25 전사자의 유해를 찾지 못한 가족 - 국가유공자 가족 기다림 앞에 우리가 할 수 있는 일
2025년 9월 19일

6.25 전사자의 유해를 찾지 못한 가족 - 국가유공자 가족 기다림 앞에 우리가 할 수 있는 일

조용하고 간소한 장례...  정답 일까요 ?
2025년 9월 15일

조용하고 간소한 장례... 정답 일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