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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 전사자의 유해를 찾지 못한 가족 - 국가유공자 가족 기다림 앞에 우리가 할 수 있는 일

2025. 9. 19.
보훈지기 박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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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 전사자의 유해를 찾지 못한 가족 - 국가유공자 가족 기다림 앞에 우리가 할 수 있는 일

“어디에 묻혔는지만이라도 알았으면 좋겠어요”

점심시간을 몇 분 넘긴 오후 12시 27분. 접수창에 도착한 한 문장에서 제 손이 멈췄습니다. “어디에 묻혔는지만이라도 알았으면 좋겠어요.”
이건 단순한 장례 문의가 아니라, 유해조차 찾지 못한 분의 사연이었습니다. 6.25 전사자 유족회에서 열리는 위령제에 참석했던 분이시고, 전사통지서 한 장만을 손에 쥐고 지금까지 살고 계신 분이었습니다.

가까이서 뵌 유족분의 얼굴에는 오랜 세월의 기다림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습니다. “그냥 총에 맞았으면 형태라도 있었을 텐데, 폭탄에 터지면 그조차 없다더라”고 하셨습니다. 그 이야기를 들으며, 감히 그 아픔을 안다고 말할 수 없다는 말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14만 명, 아직 돌아오지 못한 이름들

전쟁 중 전사한 6.25 유공자 중 유해를 찾지 못한 숫자는 14만 명이 넘습니다. 국가에서 유해발굴감식단을 운영하고 있지만, 지난 5년간 찾은 유해는 1,000구를 채 넘지 못했다고 합니다. 유전자 감식 기술이 좋아졌다고 해도, 실질적인 발굴 현장은 여전히 어렵고 복잡합니다.

가족들은 매년 위령제에 참석하며, 이름도 얼굴도 없이 사라진 분을 다시 떠올립니다. 그 자리에 함께했던 유족 한 분은 이렇게 말하셨습니다. “여기 있는 우리 모두가 고아입니다.”
전사하신 분도, 남겨진 가족도 각자의 방식으로 이별을 겪고 계신 거죠.

 

기다림을 기억으로 바꾸는 일

정식 장례를 치르지 못한 유족분들이 종종 저희에게 연락을 주십니다. 그럴 때마다 저희는 먼저 '위로'보다 '기록'을 챙깁니다. 어떤 통지서를 가지고 계신지, 전사 확인은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졌는지, 혹시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에 DNA 등록은 하셨는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지금 가족이 갖고 계신 ‘정보’를 국가와 연결해드리는 일입니다. DNA 시료 등록을 통해 유해가 발견됐을 때 바로 매칭될 수 있도록 돕는 것이고요. 물론 그 과정이 곧바로 결과로 이어지는 건 아니지만, ‘기다림을 준비하는 일’만큼은 도와드릴 수 있습니다.

 

장례가 아니라, 기억을 이어가는 방식

저희는 상조회사입니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는 장례가 아닌 ‘기억’을 준비합니다. 예를 들어, 전사자의 이름을 새긴 위령패를 만들어드리거나, 가족이 별도로 위패를 모실 수 있도록 도와드리기도 합니다. 비록 유해는 없더라도, 가족들 마음속에 ‘이분은 국가를 위해 전사하신 분’이라는 사실을 기록으로 남겨드리는 거죠.

지난번 전몰군경미망인회와의 만남에서도 그런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우리를 찾아주는 것만으로도 고맙다”고. 정보보다 마음이 먼저였던 그 말이 지금도 잊히지 않습니다.

 

기억은 이름으로 시작됩니다

유해를 찾지 못한 전사자의 가족들은, 장례조차 치르지 못한 채 수십 년을 살아오셨습니다. 그 시간은 단지 ‘기다림’이 아니라, ‘잊히지 않기 위한 싸움’이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생각합니다. 장례를 치르지 못한 분들에게도 ‘예우’는 필요하다고. 그리고 그 예우는 이름을 다시 불러드리는 것에서 시작될 수 있다고요.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그 시간을 기억하고, 그분의 이름을 잊지 않는 것입니다.

혹시라도 지금 이 글을 읽고 계신 분 중, 가족 중에 유해를 찾지 못한 6.25 전사자가 계시다면, 혼자서 고민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유해발굴감식단과의 연결, DNA 등록 절차, 위패 제작 등 실질적인 안내를 저희가 도와드릴 수 있습니다.

기다림은 여전히 길겠지만, 그 기다림이 ‘예우’로 이어질 수 있도록, 저희가 곁에 있겠습니다.

보훈지기 박선영 드림

 

📎 함께 읽어보시면 좋은 글

  • 전몰군경미망인회, 그분들이 지켜온 세월을 마주하는 시간 – 기다림의 시간을 함께 나눈 이야기입니다.
  • 태극기 문양 하나에 담긴 예우의 의미 – 이름 없는 분들에게도 예우는 필요합니다.
  • 국가유공자 장례 화장비 왜 청구받나요? – 모르면 놓치기 쉬운 권리를 지켜드립니다.
  • 국가유공자 장례 현장을 직접 보는 이유 – 예우는 현장에서 시작됩니다.
  • 여성이 국가유공자일 수 있다는 사실, 당연한데 자주 잊게 됩니다 – 잊히지 않도록, 이름을 다시 바라보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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