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몰군경유족회 추모제, 말없이 맡겨주신 마음에 정성으로 답했습니다
지난 주말, 날씨가 조금 쌀쌀해지기 시작한 토요일 아침이었습니다. 새벽부터 분주하게 움직이는 손길들이 있었습니다. 밤과 대추를 하나하나 골라내어 결을 맞추고, 정성을 담아 고임을 준비하는 일이었습니다. 손이 많이 가는 일이라는 걸 알면서도, 이번엔 특히 더 마음이
블로그
지난 주말, 날씨가 조금 쌀쌀해지기 시작한 토요일 아침이었습니다. 새벽부터 분주하게 움직이는 손길들이 있었습니다. 밤과 대추를 하나하나 골라내어 결을 맞추고, 정성을 담아 고임을 준비하는 일이었습니다. 손이 많이 가는 일이라는 걸 알면서도, 이번엔 특히 더 마음이
“어디에 묻혔는지만이라도 알았으면 좋겠어요” 점심시간을 몇 분 넘긴 오후 12시 27분. 접수창에 도착한 한 문장에서 제 손이 멈췄습니다. “어디에 묻혔는지만이라도 알았으면 좋겠어요.” 이건 단순한 장례 문의가 아니라, 유해조차 찾지 못한 분의 사연이었습니다....
“우리 조상님이 그냥 3일장을 한 게 아니었어요” 엔딩노트 강의가 끝나갈 무렵이었습니다. 강의 도중엔 조용히 듣고만 계시던 한 수강생 분이 말씀을 꺼내셨습니다. “우리 조상님이 그냥 3일장을 한 게 아니었어요. 진짜….” 교수를 퇴임하신 분이셨습니다. 본인의 아버지를...
“사진이라도 남겼으면 좋았을 텐데요…” 며칠 전, 3일장을 마친 한 유족 분이 말씀하셨습니다. “이번에도 가족사진을 못 찍었네요. 다음엔 꼭 찍어야지 했는데, 또 못했어요.” 그 말이 묘하게 마음에 남았습니다.요즘 가족사진은 왜 이렇게 드문가 싶어집니다. 특히,...
사무실에 아이스 아메리카노 대신 뜨끈한(?) 유자차를 드시는 분들이 보입니다. 문득, 계절이 성큼 바뀌는걸 느꼈습니다. 저희는 지금, 추모제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매년 이맘때면 자연스럽게 시작되는 일이지만, 이번엔 특히 마음이 더 분주합니다. 단순한 의식이 아니라,...
아침부터 날씨가 흐렸습니다. 오늘은 창원 충혼탑 참배 일정이 잡혀 있는 날이라 직원 몇 명과 함께 방문하기로 했습니다. "우산이라도 챙겨야 하나?" 딴 생각하다 느긋하게 도착했는데, 현장은 이미 삼각대며 카메라며 장비가 척척 세팅되고, 이동 동선을 체크하고 조율하면서,
며칠 전, 동네 지인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깜짝 놀랐습니다. “삼촌이 국가유공자셨는데, 장례는 그냥 근처 납골당에 모셨어요.” “국립묘지 안장 신청을 안 하셨어요???” “…그런 게 가능한 줄 몰랐어요.” 순간, 말문이 막혔습니다. 국가유공자 장례를 수없이...
요즘은 자리에 가만히 앉아만 있어도 등에 땀이 고입니다. 사무실에 살짝 바람이 들어오는 창가 자리인데도, 전화 통화를 길게 하다 보면 손바닥까지 땀이 차더라구요. 더운 건 어쩔 수 없다며 창문을 살짝 열고 고개를 한 번 젖히는 그 순간, 문득 현장에 나가 계신 분들이
며칠 전, 커피잔을 놓고 무심히 뉴스 보도를 보다가 문득 생각이 들었습니다. 언제부턴가 ‘기념식’이라는 말에 익숙해졌지만, 그 기념의 배경에는 늘 누군가가 오랜 세월을 ‘살아왔다는 것’이 있다는 점은 쉽게 잊곤 한다는 것을요. 아침 공기가 무척 맑았던 날,
며칠 전, 얼굴만 알고 지내던 동네 주민분께서 조심스레 말을 거셨습니다. 제가 국가유공자 전문장례 기업을 운영한다는 걸 들었다면서요. 아버지 장례를 타지역 상조회사를 통해 모셨는데, 혹시 제가 잠깐만 확인 좀 해줄 수 있겠냐고요. 얼핏 넘길 수도 있는 이야기였지만,...
얼마 전, 어느 시립묘지에서 열린 영결식에서였습니다. 행사 막바지에 한 상주 분이 제 쪽으로 조심스레 다가오시더니 말씀하셨어요. “저기… 시중드는 도우미분들 복장이 참 단정하고 예쁘네요. 국가유공자 장례라 그런지 마음이 놓여요.” 그 한마디가 귓가에 오래 남았습니다....
아침에 사무실을 나서기 전, 커피를 한 모금 마시다 말고 일정표를 다시 확인했습니다. 오늘은 전략팀과 함께 장례 현장을 동행하는 날이었습니다. 기획이란 결국 ‘현장감’에서 출발한다는 생각 때문이었죠. 그동안 여러 회의를 통해 우리는 국가유공자의 장례 절차와 예우,...
최근에 봉사활동으로 묘비 정리를 다녀왔습니다.햇살은 따뜻하고, 바람에 여름 풀냄새가 실려오니 천천히 하나 하나 묘비를 닦고 있었는데요.문득, 제 발걸음을 멈추게 하는 문구가 보였습니다. 묘에 새겨진 문구 - ‘김미령 묘’ 순간, 고개가 저절로 숙여졌습니다. 뭔가 마음이
장례 관련된 전화는 하루에도 몇 통씩 받지만, 오늘은.. 벨소리부터 달랐습니다. “대표님, 광주 창고가 침수됐어요!” 폭우가 거칠던 날이었습니다. 비 소식은 연일 뉴스에서 이어졌고, 실제로는 그보다 훨씬 거세고 거칠었습니다. 침수라니—순간 머릿속이 하얘졌습니다....
직원 면접을 볼 때마다 꼭 하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보훈상조는 가족들에게 ‘아버지’, ‘할아버지’ 가 국가유공자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깊이 인식하게 해주는 회사입니다. 장례는 끝이 아니라, 그분의 삶을 다시 떠올리는 시작이기도 하니까요. 마지막 길 만큼은, 몰라서...